브레인 작동원리로 본 기업교육

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잠시 A4지나 노트의 여백에 사람의 신체를 그려보자. 그리고 마음의 위치를 표시해보자.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심장인가? 아님 머리인가? 현대 과학, 특히 뇌과학의 관점에서는 여기에 대한 답변은 명확하다. 마음은 “뇌(Brain)”에 있다고 한다. 마음은 의식이고 의식은 휴먼인지프로세스(Human Cognitive Process)로 볼 땐 뇌에서 일어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박문호,2014).

구성원의 행동변화가 기업교육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데, 그렇다면 행동은 언제 변화하는가?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근간에는 행동을 움직이는 마음, 즉, 뇌에 있는 마음으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뇌를 통한 행동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기업교육 담당자들에게 의미가 있다.

뇌에 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뇌는 우리 신체 내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관이며 무게는 1.4kg로 평균적으로 체중의 2.2%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에서 혈액의 25%, 하루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뇌가 약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어, 이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신체기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뇌 작동원리가 도출된다. 뇌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므로 그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뇌과학자 폴 맥클린(Paul Maclean)의 ‘삼위일체의 뇌’에 따라 뇌를 ‘이성의 영역’(대뇌피질)과 ‘감정의 영역’(변연계)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은 판단(decision making)할 때에 어느 영역을 많이 사용할까? 짐작한 대로 인간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감정’에 따라 한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며 합리적 존재이므로, 이성에 바탕을 두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뇌의 작동원리 중 하나가 에너지의 효율성이므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다시 말해 의식(작업기억)을 사용하는 이성은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덜 사용하는 감정을 판단의 도구로서 보다 많이 활용하게 된다.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에 의거하여 자동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 대학의 제럴드 잘트만(Gerald Zaltman)교수를 비롯한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행동 중 의식적인 부분은 단 5%(무의식이 95%)에 불과하다는 말도 이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면 기업교육에 있어 ‘이성보다는 감정이 먼저’라는 브레인의 원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기업교육은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전제하에서 많은 교육과정이나 교수기법이 설계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식이나 기술습득 또는 행동변화를 통한 분명한 성과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교육에 브레인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기업교육의 목표는 구성원들이 이성적(의식적)으로 이해하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지속적 반복학습을 통해 암기의 수준까지 도달하여 구성원들이 감정적(무의식적)으로 체득하는 단계까지 도달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속적 반복학습에 교육생들의 주의(Attention)를 기울이게 하기 위해 교육내용이 다음의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를 갖추고 있는 지 점검해 보아야 하다. (박문호, 2014)

  1. 새로운 것
  2. 중요한 것
  3. 의미가 있는 것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육이 무언가 의미있는 변화, 즉 핵심가치공유, 문제해결, 역량향상 등을 목표로 한다면 ‘이해’가 아니라 ‘암기’를 목표로 해야 한다. 잠깐 기억을 돌이켜보자. 지금까지 수많은 책들을 읽고 이해했다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이해한 부분 중에서도 암기한 부분이다. 그 외 방법으로 활용한 경우가 있는가? 단지 반복적으로 읽고 암기하든지 실천(Practice)를 통해 몸으로 체득하든지의 차이일 뿐이다. 그것뿐이다. 9 Ⅹ 8은 얼마인가? 눈치챘는가? 72란 답은 ‘이해’가 아니라 구구단 ‘암기’를 통해 자동적으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인간은 ‘암기’ 또는 ‘체득’이 되어야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그때서야 해당되는 내용은 ‘이성의 뇌’가 아닌 ‘감정의 뇌’ 영역에 자리잡게 된다. 인간은 ‘감정의 뇌’ 사용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교육생들이 처음에는 불평하고 힘들어 할 지라도 꾸준한 반복(Rehearsal) 작업을 통해 자동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게 하자. 그때가 기업교육에서 진정한 학습이 완성된 상태일 것이다.

우리나라 HRD에 열풍처럼 휩쓸고 있는 핵심가치교육을 예로 들면, 교육생들을 ‘이해’ 시키는 목표만을 위해서 기회비용을 포함한 값비싼 자원을 투입하는 것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교육의 목표를 교육생들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그치면 안된다


[참고자료]
박문호(2014). 특별한 뇌과학 특강.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2014). 유니버설 랭귀지, 엑셈.
박문호(2008). 뇌, 생각의 출현: 대칭, 대칭붕괴에서 의식까지, 휴머니스트.
정재승,정용,김대수(2014).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신경의학에서 뉴로마케팅까지 융합 뇌과학의 현장, 사이언스북스.
조현준(2013). 왜 팔리는가: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아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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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저서)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전)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HRD교수실
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교육팀/교육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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