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고 보여야 변화하는 것이다

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왜 나 (그/그녀)는 변화하기 힘들지?”라고 질문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가 언급했듯 잘못된 답 때문에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잘못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문제이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변화하기 힘들지?”가 아니라 “변화에 필요한 무슨 행동을 하지 못했을까?”라고.

그리고 이 때의 행동은 ‘눈에 보이는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좋은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강의를 들은 후 “그래, 이제부터 사람들과 소통을 잘해야지!”라고 결심했다고 하자. 시간이 지난 후 원했던 변화 즉, 소통의 원활화가 일어났는가? 대부분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뇌(Brain) 이야기로 이 주제에 대해 시작해보려 한다. 뇌의 대뇌 피질에서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감각은 시각/청각/후각 중 어디일까? 짐작하듯 시각영역이다. 그리고 영역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이 부분 즉, 시각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고, 인간은 다른 감각에 비해 시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百聞이 不如一見).

행동, 다시 말해 실행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변화는 없다. 그리고 여기서 실행이란 눈에 보이는 행동이 바뀌고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주의 컨설팅 전문가인 Aubrey Daniel 박사는 “만약 생각이나 느낌이 어떤식으로든 외현적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조직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사람들은 의사 결정이나 문제 해결 등이 정신적 활동으로 매우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직에 가치를 더 해 주는 것은 정신적 활동 자체가 아니라 정신적 활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나오게 되는 선택된 결정과 해결책이다.” 라고 전한다 (Aubrey C. Daniels & James E. Daniels, 2009).

그렇다면 어떤 것이 ‘눈에 보이는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행동일까? 대표적인 예로 ‘나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경청하겠다’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행동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경청’이라는 말 그 자체로는 어떤 움직임을 떠오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조금 더 분해해보자. 경청할 때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예를 들어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상대방 이야기의 핵심만 요약해서 말한다(Back Tracking)”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기술해야 경청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고, 뇌의 시각처리 프로세스에 의해 그 결과의 즉각적 피드백도 가능한 것이다.

업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성과 향상 또는 문제해결 워크샵의 최종 산출물 형태인 실행계획(Action plan)을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프로젝트 기한 완수”이런 식으로 기술하고 있지는 않는지. “프로젝트 기한 완수”란 말 속에는 담당자가 해야 할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행동을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힘들다. 눈에 보이는 행동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것은 그 실행결과를 ‘측정하고 관리하기’도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행동 관점으로 실행계획을 변환하고 싶다면 프로젝트 기한이 완수 되었을 때 담당자가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을 지 상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프로젝트 완료 보고서를 팀장에게 보고 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행동주의 관점에서 실행계획을 “프로젝트 기한 완수”에서 “OO일 프로젝트 완료보고서 팀장에게 보고”로 재기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기술해야 그 결과를 측정할 수 있고 변화 실행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행동주의의 또 다른 전문가인 Robin Stuart-Kotze 교수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비유하였다. “사격장에서 사격을 할 때 총알 한 발을 쏜 후 그것이 과녁의 어디에 맞았는지를 확인하면 그 다음에는 과녁의 정중앙을 맞히는 데 필요한 조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또 한 발을 더 쏘고 과녁의 어느 위치에 맞았는지를 확인하면 그 다음 세 번째 사격에서는 총알을 정중앙에 좀 더 가깝게 맞힐 수 있다.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행동과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행동과 결과가 수치로 측정 가능한 것일수록 그 다음 행동에서 기대하는 성과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Robin Stuart-Kotze, 2008)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지인들과 주고 받는 대화의 많은 부분이 구체적인 행동의 서술 없이 단순 말들의 향연으로 끝낸 경험을 여러 번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빈말 자체로 마음의 위안(?)은 얻겠지만, 실제 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험 말이다. 예를 들어 “당신을 응원합니다” (action은 없다), “자주 연락할게요” (문자 한번 오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만. 확인할 수 없는) 등등.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한 ‘말뿐인 다수, 행동하는 소수’란 어구를 다시 한번 언급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장을 위해서 변화의 필요성을 ‘생각’하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행동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성공의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그 움직이는 소수만이 그들이 꿈꾸던 목표에 다가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변화의 실제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말도 단순한 ‘말’로 끝나고 있는가? 그렇다면 행동주의 관점에서 바꿔, “이 글에 공감하고 무언가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은 저의 이메일(sumin@smnjpartners.com)로 연락 주시면 2일 이내 답변을 드리겠다.” Good luck~


참고문헌
Aubrey C. Daniels & James E. Daniels 저, 오세진 외 역(2009), 직무수행관리, 조직의 효율성을 이끌어내는 행동변화.
Robin Stuart-Kotze 저, 김원효 역(2008), 행동이 성과를 만든다,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행동 과학 매니지먼트.

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저서)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전)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HRD교수실
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교육팀/교육기획팀
sumin@smnj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