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기반 강의스킬 (2)_뇌과학과 퍼실리테이션
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을 믿는가? 대부분의 경우는 ‘예’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집단지성을 긍정적으로 발휘하게 되면 참여자들의 다양성과 경험을 확대/재생산하여 공동의 문제해결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집단의 힘을 쉽게 끄집어 낼 수 있을까? 그 해답 중 하나가 본 칼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다.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워크샵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기법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퍼실리테이션 과정 외에 다른 과정, 예를 들어, 리더십 교육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을 언급하면 처음에는 그 필요성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퍼실리테이션은 워크샵 뿐만 아니라 팀 회의, 1:1 미팅 등 사람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모든 곳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이것은 퍼실리테이션이란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퍼실리테이션은 ‘Facil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단어를 영어로 풀이하면 ‘to make it easy’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의 참여를 촉진하여 원하는 결과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이 조직 내에서 사람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모든 활동에서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비록 그 활동이 워크샵 형태이던, 팀 회의 형태이던 아니면 팀원 한 두 사람과 진행하는 미팅이던지간에.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퍼실리테이션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여기에 뇌과학의 작용 원리를 적용하여 다음 두 가지 퍼실리테이션 진행 원칙에 대해 기억할 것을 추천한다.
1. 효율성 추구: 참가자들의 인지 에너지를 관리하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유한(有限)하다. 그래서 유한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뇌는 인지 활동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여 사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뇌의 특성을 뇌과학에서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표현한다. 퍼실리테이터는 이런 뇌의 특성을 이해하여 참가자들이 구두쇠처럼 사용하는 그들의 인지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퍼실리테이터는 아이디어 도출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아이디어(A)에 대해서만 논의하게 하고, 장애요인 등 아이디어 이외의 다른 것(B)들은 다루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아이디어 도출이라는 의식적 활동을 위해서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인지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는데 이 작업기억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A를 처리하다가 도중에 B를 처리하려면 이를 동시에 처리할 수는 없으며, A에서 B로 대상을 전환하는 별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전환 이라는 낭비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유한한데, 에너지 낭비가 발생되는 만큼 정작 필요한 곳에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퍼실리테이터는 참가자들이 불필요한 곳에 그들의 한정된 인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명확성 추구: 먼저 보여주고 그 다음에 얘기하라
우리는 어떤 감각을 가장 많이 활용할까? 그렇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시각(視覺)’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 왜 다른 감각 중 시각을 가장 많이 활용하며, 시각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이전 칼럼, [브레인 기반의 강의스킬 (1)]에서 확인하시기 바란다. 그런데 정작 ‘시각’이라고 하는 것이 정보 처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드문 것 같다.
뇌과학 관점에서 보면 대뇌피질의 50%가 시각에 관련되어 있고, 입력되는 정보의 90%가 시각에 의존하다고 한다(박문호, 2014). 연구결과에 의하면 초당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1100만 비트인데 이 중에 시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1000만 비트, 귀로는 10만 비트, 혀로는 1000비트 정도라고 한다(조현준, 2013). 이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시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각 정보 우선이라는 뇌의 특성을 활용한다면 퍼실리테이션 활동 중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가능하다면 글을 적거나 이미지로 표현해가며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듣게 하는 것’보다는 ‘보게 하는 것’이 메시지 전달에는 훨씬 효과적이란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여러분은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하면서 누군가 아이디어를 말하고 있는 경우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 아이디어에 맞장구 치며 잘 들어주는가? 물론 이런 행동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메시지 전달에 있어 시각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아이디어를 말하는 그대로 보드나 전지에 적어 두는 것이 다른 행동들보다 먼저 수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아이디어 발언자 외에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의 내용에 대해 그냥 말로만 들었을 때보다 훨씬 빠르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아이디어 발언이 끝나고 나서 그것을 정리할 때 발생할 수도 있는 기억상실이나 커뮤니케이션 에러도 줄여 맥이 끊기지 않는 자연스러운 퍼실리테이션 진행도 가능해지게 된다.
좋은 강사란 그냥 말을 잘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전통적인 강의 이외의 컨설팅, 코칭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자신에게 적합하게 연결하고 통합할 때 비로소 유익한 가치를 제공하는 좋은 강사가 될 수 있다.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하자. 다른 사람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촉진시켜줄 수 있는 퍼실리테이션을, 그리고 그것을 작동하게 해주는 기본 메커니즘으로서 뇌과학 원리를.
참고문헌
박문호(2014). 특별한 뇌과학 6회.
조현준(2013). 왜 팔리는가: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 아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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