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지적 구두쇠! 피상적으로 기억하는 뇌의 특성

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교육생들이 열심히 강의슬라이드를 보는 것 같은데, 막상 슬라이드 내용을 물어보면 대답을 잘하지 못합니다.
강사의 문제인가요? 교육생의 문제인가요?”

강사나 교육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외부 정보를 피상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우리 뇌의 기본적 특징일 뿐입니다.

<더 브레인>의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 스탠퍼드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여기에 대해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일리야 레핀의 [뜻밖의 손님(The Unexpected Visitor)]이란 아래의 그림을 피실험자들에게 3분동안 보여주고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그들의 기억을 확인해보았습니다.

“벽에 그림이 몇 개 걸려 있었나요?”
“아이들은 몇 명이었나요?”
“방 안에 어떤 가구가 있었나요?”
“바닥은 카펫이었나요, 아니면 마루였나요?”
“뜻밖의 손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죠?”

질문을 받기 전에는 피실험자 모두 그림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부사항을 묻는 위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림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지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그 이유를 우리 브레인의 아주 기본적인 작동원리로 풀어보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뇌는 전체 몸무게의 2%이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하는 기관입니다. 이렇게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뇌는 자기보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에너지를 아주 절약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마치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처럼 말이죠.

인지적 구두쇠인 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 중 자신에게 의미있고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 처리합니다. 앞의 그림을 우리 뇌가 피상적으로 처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닥이 마루인지 카펫인지는 질문을 받기전에는 의미있는 정보가 아니니 여기에 귀중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사는 교육생들이 강의슬라이드를 열심히 보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수시로 그들의 기억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는 피상적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는 질문이나 간단한 퀴즈를 낸 후 강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것도 그들의 기억을 돕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Attention이 올라가고, 그것이 강의슬라이드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데이비드 이글먼(2017). 더 브레인: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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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저서)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전)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HRD교수실
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교육팀/교육기획팀
sumin@smnjpartners.com